말을 하지 않게 된 순간은 언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굳이 말하지 않게 되는 때가 있다.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처를 주고받은 기억이 분명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정확히 떠올리기도 어렵다.

다만,
말을 꺼내려다 멈춘 기억만 남아 있다.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지금 말하면 괜히 분위기만 바뀔 것 같아.”
그렇게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말을 아낀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설명할 만큼 큰 사건은 아니었고,
문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관계는 그런 식으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크게 무너지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지되면서.

어느 날부터
질문이 줄고,
대답도 짧아지고,
“괜찮아”라는 말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말이 아니라
여기까지라는 신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꼭 상대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 순간의 나는
설명할 힘이 없었고,
굳이 꺼내서 무엇이 달라질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침묵은 해결을 미루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저 감정을 잠시 내려놓기 위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 말하지 않았던 마음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조용히 남겨두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답도, 결론도 없다.
다만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기록만 남는다.

언젠가 다시
비슷한 침묵 앞에 서게 될 때,
피하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감정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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