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질문이 먼저 사라졌다.
대답이 짧아졌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대답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괜찮아.”
“별일 없어.”
“그냥 그래.”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
무엇을 더 묻는 게 의미가 있을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대답이 길지 않아도
그 사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문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분위기를 흔드는 일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묻지 않게 되었다.
상대가 싫어할까 봐서도 아니고,
상처받을까 봐서도 아니다.
묻고 나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이 줄어든 게 아니라
묻지 않게 된 날.
그날 이후로
대화는 이어졌지만
관계는 더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