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줄어든 이후

대답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였다기보다는
조금씩이었다.

처음에는
한두 단어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의미는 전달되는 것 같았고,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질문이 와도
대답은 짧아졌다.
맞아, 응, 괜찮아.
그 말들 사이에
설명은 끼어들 자리를 찾지 못했다.

대답이 짧아진다고 해서
관계가 바로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연락은 이어졌고,
일상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에는
대답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넘어가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
말을 고르는 대신
말을 줄이는 쪽이 편해졌다.

대답이 줄어든 이후에도
관계는 유지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다만,
말로 확인하지 않게 된 감정들이
조금씩 안쪽으로 밀려났다.
꺼내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대답을 줄이는 선택이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그 선택을
옳다고 말할 수도,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대답이 줄어든 이후의 시간에는
조금 다른 공기가 있었다.

말이 적어도
관계는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남지 않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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