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있었고, 삶은 그대로였다

대화는 있었다.서로의 하루를 묻고,해야 할 일을 말하고,다음 일정을 정리했다. 말은 오갔고형식은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대화가 끝난 뒤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운함도, 분노도,허전함조차도 아니었다.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나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감정이 없다는 사실은생각보다 조용했다.크게 무너지지도 않았고,애써 붙잡을 것도 없었다. 그저‘아, 지금은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이후에도삶은 그대로였다.해야 할 일은 있었고,하루는 예정된 속도로 흘러갔다. 어떤 관계는끝나서 … 더 읽기

대화는 이어졌지만, 감정은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여전히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해야 할 일,내일의 일정. 말은 오갔고형식은 유지되었다. 그래서 한동안은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가 끝난 뒤이상하게도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기분도, 여운도,말하고 나서의 변화도 없이그저 시간이 흘러갔다. 그때 깨달았다.대화가 이어진다는 것과감정이 남는다는 것은같은 일이 아니라는 걸. 말은 있었지만마음이 머무를 자리는 없었다. 대화는 계속됐지만감정은 그 안에서잠시 머물지도 못하고지나가 버렸다. 그 사실을 … 더 읽기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는 착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편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서로의 상태를 알 것 같았고,말로 풀어내지 않아도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설명을 줄였다.상황을 풀어놓는 대신결론만 남겼다. “괜찮아.”“신경 쓰지 마.”“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 그 말들은 틀리지 않았다.그 순간의 진심이기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건관계가 아니라내가 버티고 있던 방식이었다. 설명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이해받지 못한 … 더 읽기

말이 줄어든 게 아니라, 묻지 않게 된 날

어느 날부터질문이 먼저 사라졌다. 대답이 짧아졌기 때문은 아니다.오히려 대답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괜찮아.”“별일 없어.”“그냥 그래.”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무엇을 더 묻는 게 의미가 있을지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는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는 일이자연스러웠다.대답이 길지 않아도그 사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질문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분위기를 흔드는 일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묻지 … 더 읽기

중년 이후, 감정이 먼저 멀어졌다고 느낄 때

—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칠 때가 있다 아침부터, 마음이 먼저 무거웠다 그날은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거웠다.잠은 분명 잤는데, 개운하지 않았다.몸보다 먼저 반응한 건 마음이었다. 부엌에서 물을 끓이며 문득 생각했다.요즘 나는, 누구와도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말은 없었지만, 공백은 분명히 있었다 어제도 우리는 큰 대화 없이 하루를 넘겼다.다툰 것도 아니고,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니었다. … 더 읽기